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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story: 제 책 이야기

[Sharon의 책] 정체성 -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3)

그리고 커가면서 우리 조상의 활약상과 정신세계의 깊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유네스코에 의해 1995년 그리고 2007년 각각 세계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은 외세의 침입을 막고 조국을 지키고자 국가의 운명을 걸고 국가 차원에서 만든 국민 혼의 결정체이다.

경판 재료를 만드는 데만 몇 년이 소요되었고 나무를 바닷물에 절였다가 말리고 다시 절이고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여 경판이 나중에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였다. 전체 5,200만여 자를 새기기 위해 동원된 연인원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다. 더욱이 그 5200만여 자가 한 사람이 새긴 듯 일정하고 균일하다.

1979년 정부는 경판 보관소가 오래 되어 경판을 옮기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지었으나 몇 백년 전 조상의 건축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팔만대장경을 옛 건물에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팔만대장경 http://www.80000.or.kr
자료실 자료 일부 참조)

과정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조상의 섬세하고 예술의 극치가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세계의 흐름은 영향력과 힘의 역사이다. 15~16세기 포루투칼과 스페인의 신대륙 탐험, 17세기 네덜란드의 자본의 힘, 18세기 산업혁명에 따른 영국의 부상과 프랑스 대혁명에 이어 독일, 일본 그리고 러시아가 차례를 이어 전세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20세기와 21세기에 미국이 급부상하였다. 1492년 이태리 출신의 크리스토퍼 콜롬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미대륙을 발견한 이래 미국에 정착한 유럽인들은 신대륙에 유럽의 양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갔다.

미국의 힘이 강대해져 갈수록 미국의 표준이 곧 세계의 표준으로 인식되어 갔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세계적인 표준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문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어는 대서양 문명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2006년 11월 15일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영어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세계 인구의 8%이지만 인터넷 정보의 약 70%, 학술저널의 70~80%가 영어이다. 또한 영어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공용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시아와 그 외의 비영어권 지역에서는 앞서나가는 서구를 쫓아가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 했고 서구가 주도한 ‘세계적 표준’에 맞추어야 했다. 약소민족과 국가들의 아름다운 전통 사상과 가치는 ‘미개하고 교양 없는’ 것이 되었다.

열강들의 힘겨루기에 희생양이 되어버린 우리에게는 모든 현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지지만 이는 당연한 힘의 논리이다. 우리에게도 찬란한 정신문화를 꽃피우던 시절이 있었으나 선대들은 점차 세계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대문을 걸어 잠갔고 결국 나라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계속)